충남 예산의 예당저수지 인근 광시면 운산리의 ‘한국(문인)인장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도장 테마박물관이다. 그것도 문인들이 자신의 책을 발행한 뒤 그 책 뒤에 낙관처럼 사용했던 인장들을 모아 전시한 이색 전시공간이다. 이 박물관에는 한국 근·현대문학사를 주름잡았던 대표적 문인들의 인장이 망라되어 있다. 청록파 시인들인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 외에 김동리, 서정주, 오영수 등의 도장 등 그 수가 이미 1000여점을 넘었다. 모양 역시 흔히 ‘막도장’이라고 부른 것에서부터 원형 인장, 사각 인장, 주먹 만한 초대형 인장, 조형미와 회화성을 두루 갖춘 인장에 이르기까지 무척 다양하다. 판권에 찍혔던 전시 도장 하나하나가 모두 제 나름의 기품과 멋이 담긴 훌륭한 문화유산임이 분명하다. 

 오랜 역사와 문화를 지닌 인장은 바야흐로 전자결재 시대를 맞이하여 소멸될 운명에 이르렀다. 요즘은 인장도 필요 없이 사인 하나로 모든 것이 통하는 시대다. 어쩌면 사인조차 필요 없는 시대가 곧 닥칠지도 모른다. 더구나 요즘 젊은 예술인들은 인장이 지닌 멋과 풍취, 예술적 가치에 대해 무관심하다. 옛 문인들이 하나의 멋이자 상징으로 간주했던 인장예술이 과거의 유물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인장은 예로부터 인장 주인의 신분, 관직, 품계를 나타내는 일종의 신표였다. 그러나 곧 사라질 이 인장문화유산을 후세에 전수하기 위해 2000년 7월 17일 박물관을 신축·개관했다. 위로는 고려시대의 관인, 조선시대의 인장 및 세계 각국의 인장, 그리고 한국 근·현대 문인들의 인장에 이르기까지 인장 1000여점이 전시되어 있다. 외에도 국새, 왕새, 돌도장, 음식물에 찍는 다식판, 문인 얼굴 전각작품 등 전각문화 전반에 관한 문화유산을 보전하고 있다. 테마 박물관인 인장박물관은 한국의 인장문화를 유지·발전시키는데 일익을 담당하고자 한다.